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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부문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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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페미니스트가 된 지는 어엿 4년.

 N번방 사건이 터지며 더더욱 페미니즘을 공부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어느 정도 페미니즘을 이해한' 페미니스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음을 미처 몰랐다.

 

바로, '탈코르셋'과 '주체적 꾸밈'.

 

지금부터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지금, 머리를 자르러 갑니다.

최은아

페미=탈코르셋

탈코르셋을 하려면 => 머리를 자를 것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이제 훨훨 털어 버려야 한다.

 

당신이 고민해야 할 것은

'페미라면 탈코 해야 해?'혹은 '탈코하려면 머리부터 잘라야 하나?'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조여 오는 코르셋들이 무엇이 있는지,

왜 수많은 사람들이 탈코를 하며, 꾸밈 노동에 대해

 비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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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를 강요하거나, 페미니즘을 강요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단지, 내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에 한 번쯤이나마 귀 기울여주길 바랄 뿐.

 

지금부터 세상을 위해, 올바른 페미니즘을 위해, 주체적인 내가 되기 위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깨달음은 있을 것이다.

질문 하나,

 

주체적 꾸밈인가요?

 

 

10시간 전만 해도 나는 명치까지 오는 머리 길이를 한 여성이었다.

주로 화려한 액세서리, 원피스, 벨벳 블라우스, 구두 등을 좋아했다.

 

항상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 코르셋 아냐.'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

.

.

 

코로나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나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있다.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거울을 발견했다.

 

거울을 들고 와 갑자기 내 얼굴 바라보기 시간.

근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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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콧구멍이 크지?' '왜 입술선은 없는 거야?'

정말 꼴도 보기 싫었다.

내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과 내 맨 얼굴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화장을 했을 때는 달랐다.

내가 엄청 예뻐 보이고, '이게 나지~'라며 좋아했다.

 

화장한 내 모습이 '진짜 내 얼굴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순간들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맨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는 나로 돌아오자.

 

난 상반되는 내 자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본모습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래서 이게 주체적 꾸밈인지에 대해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즉슨 나를 향한 질문이 시작됐다.

1. 나는 롱스커트를 좋아한다.

 

 

1-1 왜 롱스커트를 입게 되었는가?

 

: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동급생 남학생들이 내가 스키니진 혹은 청바지를 입고 오면

'무다리'라고 놀렸어요. 이에 상처 받은 영혼(초4 때 나)은 그 뒤로부터 바지를 싫어하게 됐고,

내 다리를 가릴 수 있는 롱스커트를 선호하기 시작했죠.

a. 스키니진 혹은 청바지를 좋아했었는가?

 

: 스키니진은 그때 엄청 유행하고, 날씬한 내 친구들 보고 예뻐서 따라서 샀는데 내 다리에 너무 딱 달라붙어서 답답했고,

청바지 같은 경우는 너무 뻑뻑해서 불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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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롱스커트의 장단점?

 

ㄱ. 장점

내 다리를 '가릴 수' 있고, 다리에 압박이 없어서 좋았어요.

 

ㄴ. 단점

아빠 다리 하면 속바지가 신경 쓰이고(즉 내 마음대로 편한 자세를 못했고) 계단 올라갈 때 치마를 실수로 밟혀서 넘어진 적도 있다는 점?

바람 불 때 내 다리를 광고하게 된다는 점? 아 여름에 입기 더워요. 그래도 억지로 입었죠, 내 다리 가려야 하니까.

 

롱스커트만 입다 보니까 여름엔 허벅지 가랑이가 마찰로 인해 살이 까진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바지는 입기 싫더라고요. 내 다리가 부각돼 보일까 봐.

 

c. 다른 바지를 찾아본 적은 없나요?

 

'와이드 바지는 남자애들이 싫어한다'라는 말을 듣고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잘 보이고 싶었으니 편한 바지들은 제쳐뒀죠.

'흰 티에 청바지'에 환장한다는데 뭐.

그리고 그게 그때 유행이었어서...

 

 

* 스키니진, 청바지, 롱스커트가 잘못됐다는 게 아님. 단지 몸매를 부각하는 스키니진, 청바지 유행했다는 사실과 그게 초등학생대까지 내려왔다는 점. 사회 구조적 문제 등을 언급함.

이걸 깨달은 후부터는

'타인에 의한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주체적 꾸밈'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꾸밈 노동에 익숙해졌다는 것이 너무나도 속상했다.

 

최근 즐겨 입는 와이드 팬츠, 마치 아무것도 안 입은 느낌인데.

 

난 대체 왜 몸에 불편한 바지를 입으려고 했으며,

내 다리를 가리기 위해 롱스커트만을 고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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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마르고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하고

일명 '쭉쭉빵빵 날씬한 미녀'와 같은

'사회적 여성상'에 나 자신을 구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즉,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가,

타인에 의해 '하게 된' 것은 아닐까.

 

TV를 켜면 '날씬하고 예쁘다'라고 말하는 연예인들이 나온다.

그리고 '뚱뚱하고 못생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공감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충분히 '보편적으로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나는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이 되기 싫었기에

'날씬하고 예쁜'사람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사고,

높은 구두를 신곤 했다.

 

내 몸을 삭히면서 까지.

질문 둘.

 

가스라이팅을 당해본 적 있나요?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내가 왜 눈이 새빨갛게 충혈이 될 때까지 렌즈를 빼지 않았을까?

내가 왜 먹고 싶은 걸 포기하면서 까지 다이어트를 했을까?

내가 왜 더 '섹시해 보이기' 위해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입었을까?

 

이게 '가스라이팅'의 결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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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종종

 

평소에 화장을 즐겨하던 아이 日

 

귀찮아서 화장을 하지 않은 날이면 친구들이 꼭 물어봐요.

 

"오늘은 왜 화장 안 했어?"

"혹시 어디 아파? 오늘따라 아파 보이네"

 

그래서 전 또다시 파우치를 꺼내죠.

 

평소에 화장을 안 하던 아이 日

 

친구들이 화장 좀 하라고 해요.

언제는 친구들이 화장을 직접 해주더라고요.

화장한 모습을 본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말해요.

 

"화장한 게 훨씬 예쁘다! 평소에도 이렇게 하고 다녀~"

"오늘 어디 가나 보네~ 어디가?"

 

그때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했어요.

가스라이팅. 느껴지지 않는가?

일상생활 속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를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주체적인 나'를 위해 한 발자국 내디딘 것이다.

 

한때 나는 '화장을 하는 건 내 자유다'라고 생각했지만, 화장 자체도

가스라이팅임을 깨달았으니.

 

가스라이팅을 떨쳐내고, 우리 모두 주체적인 나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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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셋,

 

탈코르셋,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탈코르셋은 사회에서 '여성스럽다'라고 정의해 온 것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이때 '여성스럽다'라고 정의해 온 것들의 예로는 화장, 렌즈,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건강을 위해서가 아닌)등이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한 외적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우린 할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탈코르셋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뭐 그런 건 없다.

 

앞서 말했지만, 탈코=숏컷

이러한 인과관계가 아니다.

 

아까 주체적인 나를 언급했다시피,

탈코르셋을 하는 과정에서의 당신은 주체적이어야 한다.

즉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하고,

왜 탈코르셋을 하는지를 알아야 하며,

자기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혹은 더욱더 사랑하고 싶은 의지가 가득하다면

 

 

당신은 벌써 코르셋을 하나하나 벗고 있을 것이다.

질문 넷,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주로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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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정하겠다.

 

페미니즘은 평등하지 못한 우리의 성차별 문제를,

즉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로 인해 여성에게 주어지는 억압에 저항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해결하고자 한다.

 

여권을 상승시킴으로써 남권과 동등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성의 인권을 올린다는 사실에 여성 우월주의라며, 비판하려고부터 하지 마라.

반박에 반박한다

 

주로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대해 반박합니다.

 

1. 남자들은 군대 가잖아?

 

그 군대 가는 정책도 남자가 만들었다.

 

당신들도 불편한 게 있다면 메머니즘을 만들어라.

 

페미니즘이 열풍인 이유는 그만큼 여성이 일상에서 수많은 차별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2. 남자들도 화장하는데, 똑같잖아?

 

당신들이 진짜 웃긴 게 뭔 줄 아는가?

‘남자들도 화장하는데 ~ 여자들 생색내지 마라’

라고 말하면서,

 

주변에 렌즈 끼고, 아이라이너 그리고 있는 남자들 보고는

 

게이냐느니, 더럽다느니, 남자가 화장을 왜 하냐느니, 왜 저러냐느니

비꼬는 거다.

게이 = 화장함 이것도 편견인 것이고

자연스럽게 성소수자를 비하한다. 당신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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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언급하면 그건 과하다느니, 자기가 말하는 건 피부와 눈썹과 같은 '자기 관리'였다느니

어느 쪽이든 생각이 빻은 건 똑같다.

 

자신이 가스라이팅 하는 줄도 모르는 것에 부끄러워하길.

 

3. 페미니스트들은 다 못생겼다. 예쁜 애들 부러워서 저러는 거다

 

못생겼다, 예쁘다는 기준은 무엇이며

그런 기준을 또 떠올리고 있는 당신의 그 생각부터 빻았다.

비판하려고 애쓰지 마라.

 

4. 여자인데 왜 여성의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죠?

 

'도취적 나르시시즘'

여성의 매력적인 외모를 통해 남성을 무력화시키고 그들의 권력을 탈취하는 것이므로

여성의 관능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도취적 나르시시즘이 표출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서 남성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쁘니까 좋다, 편하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는가?

 

당신이 말하는 특권을 누림과 동시에 당신은 수많은 남성들이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자신은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결국 내 본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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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블럭을 했다.

 

거울을 보고 생각한다.

이게 진정한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아닐까.

 

지금부터 난,

외면보다는 내면의 나를 더 가꾸어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힘들고 외로운 길처럼 느껴질지언정,

용기를 낸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모두 스스로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항상 여기에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와요.

 

각자의 방식대로 연대하기,

각자의 속도대로 나아가기.

 

항상 연대합니다.

주제 :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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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여자대학교 제53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 '눈보라' 연대복지국 산하 숙명여성의달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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