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산문] 왜?_최윤서
- 운영자
- 2021년 3월 25일
- 3분 분량
왜?
최윤서
‘여자가 조용하고 나서지 말아야지. 왜 이렇게 말이 많니?’.
여성 인권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어린 나이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원래 그런건가?’하고 지나갔을 뿐이죠.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겪으며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역사책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남성이 자신들의 인권을보장해 달라며 시위 피켓을 든 일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회책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사회적 약자라는 개념에 왜 여성이 한 범주로 포함되어야하며, 불가침한 권리인데도 여성들은 이를 보장받지 못해 권리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하는지. 이전에는 별 문제없이 넘겼던 여러 말들이 이러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지금 현재 그러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어린나이부터 페미니스트에 많은 관심이 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여성인권에 대한 본인만의 소신에 따라 목소리를 내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주변 친구들은 동성친구와 이성친구에 관계없이 페미니스트였던 그 친구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위 ‘극단적이다’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했던거죠. 물론 모든 일과 상태에 있어서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연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를 계기로 저 또한 여성 인권에 대해 다시금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한 여성이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집단의 목소리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약돌은 연못을 그저 일렁이게 하는것에서 끝나는 반면, 바위는 연못에 파도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저의 생각은 최근 넷플릭스 영화인 ‘걸스 오브 막시’를 보고 더 뚜렷해졌습니다. 영화 내에서는 한 학생의 목소리를 내자는 팜플렛을 시작으로 여성으로서, 동시에 한명의 인간 개체로서 동등하게 ‘Head up high(머리를 높이 들자)’하며 남성과의 동등한 인권을 주장하였습니다. 누군가 동등한 인권을 외칠 때, ‘페미니스트다’, ‘누군가 나 대신 말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저 친구가 겪은 일을 내 가족이 겪었다면, 내가 겪었다면?’이라는 마음이 연대의 물결을 만들어 냈고, 그들의 아픔을 모두의 앞에서 당당히 드러내며 부정의를 폭로할 때, 걸스 오브 막시가 탄생했습니다. 이 영화는 남자는 무조건 잘못됐고, 여성은 항상 옳다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익명으로 서로를 돕고 손등에 별을 그리며 연대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문제를 직면
할 수 있었던 것이었던거죠. 만약, 걸스 오브 막시가 그 처음의 팜플렛에서 끝났다면,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모두가 웃어 넘겼다면, 성폭행으로 처벌받아 마땅한 사람이 처벌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며, 그 학교 여학생들은 문제 의식 없이 그저 본인들에게 오는 모든 얕봄을 그저 웃어 넘겨야 했을 것입니다. 여학생들간의 연대가 학교 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확장판이 사회라고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 사이에서도 연대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반창고 안에서 그저 낫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모두가 그 상처를 낫게하기 위해 약을 지어오고 따듯한 말을 건네며 같이 이겨내고자 하는 과정은 여성들 사이의 연결을 더 단단하게 할 것이며, 혼자 있을 때 크게 소리내지 못했던 말들을 연대 위에 당당히 외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초반에는 남학생들의 은근한 성추행과 성희롱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왜?’라는 의문점을 갖기 시작함과 동시에 목소리를 내고자 시도하였습니다. 이 ‘왜’라는 의문점이 여성 인권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고 이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여성)끼리의 연대만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인권 보장에 대한 해답은 너무 뻔합니다. 하지만 저는 뻔한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들어왔던 ‘이해’, ‘존중’이 해답 아닐까싶습니다. 너무나 뻔하게도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인간 개체이고, 여성이라 남성보다 무엇이 뛰어나고 뒤처지고 하는 것이 아닌, 같은 인권이라는 불가침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개체이기에 본인의 권리가 중요하듯이 타인의 인권도 중요함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인권 보장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남성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인권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길 요구하는 것. 너무 뻔하지만 뻔한게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이라고, 내 일은 아니라고 웃어넘겼던 일이 내 가족의 일이 되었을 때, 나의 일이 되었을 때 그 아픔과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남의 일도 내 일처럼 생각하며 연대하고 뭉쳐 조약돌이 아닌 바위의 파장을 만들어내고, 이렇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여성 인권의 기반에서 우리는 물론 나중의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열망과 열정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기를 바라며.
주제 :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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