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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산문] 나는 야망이 있는 사람인가?_예사

  • 작성자 사진: 운영자
    운영자
  • 2021년 3월 25일
  • 2분 분량

나는 야망이 있는 사람인가?

예사



나는 꽤 야망 가득한 사람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부모님을 이겨서라도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장손이자 남성인 동생을 두었지만,

가끔 친가에서 들려오는 남아선호사상이 깃든 발언들에 기분 나빠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자랄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남자아이들과 뛰어놀았고 여자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이 야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랐다. 그저 당연하다 여겼다.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기가 세다는 말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랐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알지 못했다. 나의 작은 사회 속에서는 나의 야망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학교 1학년이 되어 숙명여대에 입학하면서 그렇지 못한 상황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나도 모르게 나의 야망을 옥죄는 수많은 순간을 겪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부활동들을 하면서 내가 가진 야망이 꺾이는 일들을 겪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내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해서. 내가 나이가 어려서. 내 편을 만드는 것에 능숙하지 못해서. 그 안에

“여성이라서”의 이유가 들어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취준을 시작하는 시점에 서 있다. 엔지니어 취업을 준비하는 만큼, 많은 남초 직장들과

높은 남성 취업률을 보면 참 화가 나면서도 나의 야망이 점점 죽어감을 느낀다. ‘여대’임에도 남성

교수님으로 가득한 것부터, ‘여성’ 엔지니어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코 야망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느낀다. 어느새 여성이라서 이런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어필하는 나 자신을, 말을 뱉어 놓고 질책하게 될 때도 많다.


바비인형을 아는가? 36-18-32인치라는 몸매와 예쁘게 옷을 입히고 화장시키는 놀이를 위한

장난감으로, 기괴한 미의 기준을 만들어버린 논란의 집약체다. 그런데 이러한 바비인형 조차도 점점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했다. 백인 중심의 미를 형상화하다가 많은 논란을 거쳐 흑인 인형이 나왔고,

다양한 국적을 가진 바비들이 나왔으며,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바비가 나오게 되었다. 1992년 대통령에

출마하는 바비를 만들어내면서, 여성인 바비에 빗대어 소녀들에게 어떤 것이든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세계의 리더도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바비를 홍보하는 TV 광고에는 “We Girls Can Do

Anything Like Barbie.”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작은 장난감 바비인형도 조금씩 변해왔듯, 우리도 꽤 많이 변해왔다. 사실 숙명’여대’에 공과대학이

생겨, 내가 공대에 올 수 있었다는 것부터 큰 변화가 시작된 지 꽤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변화를 위해 이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렇기에 바뀌었을 것이고, 나 역시 이

변화를 이어갈 또 다른 야망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야망을 품을 수 있다. 너도 야망을 품을 수 있다. 아니, 너와 나는 야망을 분명히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걸 표현해도 괜찮다고 나에게, 또 모든 숙명인에게 말해주고 싶다. 숙명인을 넘어 전

세계의 여성이 자신의 야망을 알게 되고 표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주제 :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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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여자대학교 제53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 '눈보라' 연대복지국 산하 숙명여성의달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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