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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부문 [장원]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한때 사랑했던 이 말이 어느 순간 마음에 박혀서
어째서 나의 힘은 부드러워야만 하는지
오래도록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지
내 마음에 타오르는 불은 너무 거칠어서
손에 쥔 눈꽃 송이가 다 녹아버리면 어쩌지, 하고
이제 나는 그냥 눈꽃이 되기로 했어
녹아 사라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
우리는 녹아서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
간밤의 눈은 소리 없이 온 세상을 덮고
가장 깊은 바다는 고요히 회오리치듯
마음에 불을 품은 눈꽃 송이가
하나 둘 지상에 내려 세상을 덮으면
눈을 뜬 우리의 아침은 새하얀 백지가 되어
바라는 세상을 펼칠 일만 남았다
파아란 하늘을 자유로이 흩날리던 눈꽃 송이가
타오르는 불을 끌어안고 녹아 흐르면
우리는 세상을 움직일 푸른 물결이 되리라
느리게 너울지는 파도가 가장 많은 것을 휩쓸듯
세상을 바꿀 우리의 힘은
부드러울지언정 연약하지 않으니
타오르는 눈
정우린
주제 :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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